교번 근무표를 몇 번이나 맞춰본 끝에 기어이 다 같이 시간을 맞췄다.
총으로 실을 쏘면 키링이 나온다니, 이 진기한 도전에 우리가 빠질 수 없지! 털실을 쏘고 다듬는 사이,
몰랐던 동기들의 모습이 복슬복슬한 털실처럼 겹겹이 드러났다.
1년차 부기관사 동기들이 터프팅 공방에 모였다. 터프팅(Tufting)은 천 위에 터프팅 건으로 털실을 쏘아 면을 채워가는 공예다. 방아쇠를 당기면 실이 ‘타타타’ 소리를 내며 캔버스에 박힌다.
“이거 생각보다 무거운데?”, “집중 안 하면 바로 망할 것 같은 예감이…”
시끌벅적, 잠시도 오디오가 비지 않는 오늘의 도전자들은 대전기관차 승무사업소에서 열차 운행 업무를 맡고 있는 동료 사이다. ‘회사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소중한 인연들’이라는 안가진 부기관사의 말에 애틋함이 묻어난다. “우리 동기들은 참으로 잘 뭉쳐서, 잘 먹고, 잘 놀러 다니고 있습니다! 하하! 각자의 업무와 공부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요. 오늘 함께한 도전의 결과물을 수시로 보며 동기들이 딱! 버티고 있단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두두두두!’ ‘다다다다!’ ‘타타타탓’
오늘만큼은 입보다 손이 바쁘다. 원하는 색상의 털실을 고른 뒤 터프팅 건에 실을 끼우며 클래스의 막이 올랐다. 터프팅 건을 들자마자 손아귀 가득 묵직한 떨림이 전해진다. 방아쇠를 당기듯 스위치를 누르면 캔버스 위에 차곡차곡 면이 채워진다. 김선엽 부기관사는 추운 겨울날 보기만 해도 따뜻할 것만 같은 붕어빵 키링에 도전했다. “총 쏘는 손맛이 짜릿하네요. 제어하기가 은근히 어렵긴 한데,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는 느낌이에요.”
작업은 작은 면부터 시작해 바깥으로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도안의 윤곽을 먼저 잡고, 안쪽을 채운 뒤 색을 바꾸며 디테일을 더한다. 터프팅의 재미는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인다는 점이다. 실을 쏘는 즉시 캔버스 반대편에 복슬복슬한 그림이 수놓인다. 동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이강문 부기관사의 야심작도 시시각각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오해하고 있는데, ‘보노보노’ 아니에요! 여자친구 고향인 진주의 마스코트 캐릭터 ‘하모’랍니다. 작업하던 면이 사실 뒷면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는데요. 생각보다 간단하고 재밌어서 여러 가지 도안으로 더 만들어보고 싶네요!”
한 치 앞도 모르고 세상 복잡한 집 모양 도안을 선택한 최현경 부기관사는 수많은 디테일들을 구현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고행길을 감지하고 미리 창문 개수를 줄여주신 강사님, 제 은인이십니다!! 꼭 멋지게 완성해 제 방 오브제로 활용할게요!”
잡생각 할 틈이 없다. 총 쏘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실이 뜨문뜨문 심어지고, 너무 느리면 한곳에 뭉친다. 곡선은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총을 살짝 눕혀서 천천히 따라가야 실이 일정한 밀도로 박힌다. 조항경 부기관사의 쿼카, 주덕수 부기관사의 그로밋 키링도 순항 중이다. “무념무상으로 터프팅 건을 쏘는 동안 잡념이 싹 사라져 힐링되고, 무엇보다 타격감이 예술!”이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김유진 부기관사가 만들고 있는 발바닥 키링에는 무려 ‘동기들과의 시간을 발자취처럼 남기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온통 곡선이라 고생 꽤나 했다. 진도 좀 나간다 싶으면 어디선가 퍽! 푹! 터지는 소리가 나서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어디 하나 터진 곳 없이 말끔한 발바닥이 완성됐다. 면을 다 채웠다면, 마지막으로 실의 높이가 같도록 튀어나온 부분을 가위로 잘라 정리하면 끝! 실이 헐겁게 박혀 빈 곳이 있다면 총을 몇 번 더 쏴주면 된다.
“생각보다 잘 나왔는데?”, “반전이지? 왜 다 잘함?!” “각자 성격 다 보여서 웃긴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한자리에 모아놓은 완성작을 바라보는 표정들에 뿌듯함이 가득하다. 복슬복슬한 털실의 감촉에 마음까지 포근해진다는 동기들! 두 시간의 도전 끝에 이들에게 남은 건 키링만이 아니다. 터프팅 털실처럼 30년 정년까지 똘똘 뭉쳐 다니자는 약속, 터프팅 털실처럼 이어진 우리 사이가 앞으로의 회사생활을 따숩게 지탱해줄 거란 믿음이 한 겹 더 두터워졌다.
완성작을 한데 모아 기념사진을 찍으며 뿌듯했어요. 초반에 어려워했던 것 치고는 다들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더라고요. 출근할 때마다 키링을 보며 이 순간이 떠오를 듯합니다.
가방에 걸어놓으면 멀리서도 누구 건지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동기들이 말없이 집중하는 모습에 몇 번이나 놀랐는데요. 몰랐던 면면을 알게 돼 즐거웠습니다.
만드는 내내 서로 칭찬을 퍼붓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일하면서 실수도 하고 혼도 나며 사실 많이 위축되었는데, 매일 키링 보며 힘내겠습니다!
다들 한마디도 안 하고 장인처럼 열중하는 표정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동기들아! 덕분에 걱정 없이 회사 다니고 있어~ 다음에 또 다른 재밌는 도전 같이 하러 가자!
내 손으로 쿼카 키링을 만들어내다니, 성취감 최고입니다! 오랜 시간 총을 들고 있다 보니 팔이 좀 아프긴 했지만, 그 통증을 다 잊을 만큼 신나고 재밌었어요.
기대보다 훨씬 잘 나온 그로밋 키링은 가방에 달 예정입니다. 총 쏘는 액션의 결과물로 이런 게 나온다니, 취미활동의 신세계네요. 동기들과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겠어요.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또 귀한 일인지 알기에, 동기들과 함께 새로운 활동을 해볼 수 있어서 기뻤어요. 폭닥폭닥한 털실 집, 품이 좀 들었지만 너무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