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풍경이 있는 명반

직장 동료와 노래방에 가면, 기차 노랫말이 담긴 18번 한두 곡쯤은 가지고 있다.
노랫말 속에 기차만큼 자주 등장하는 교통수단이 또 있을까?
기차는 비단 기사뿐 아니라 앨범 사진에도 단짝 손님이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찾아보니, 기차 풍경을 담은 앨범이 네 장이나 눈에 들어온다.
「다섯손가락 1집」의 기찻길, 「신촌블루스 3집」의 기차역은 친숙한 우리 철도의 모습이다.
명반을 빛낸 기차역은 어디였을까. 촬영한 장소와 그 뒷이야기를 찾아가 보았다.

글ㆍ사진 철도교통관제센터 관제부 이은덕 관제사

Oasis 「Some Might Say」

최근 16년 만에 재결합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영국밴드 ‘오아시스(OASIS)’. 그들의 5번째 싱글앨범 「Some Might Say」는 2,700만 장이 팔리며, 제2의 비틀즈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앨범명이자 타이틀곡인 ‘Some Might Say’는 기타리스트 노엘 갤러거가 가난했던 유년 시절과 삶의 경험을 가사에 담은 곡이다. 촬영 장소는 영국 중부에 위치한 1890년에 지어진 컴포드역(Comford Station)이다. 사진작가 캐논은 가족과 지인을 등장시켜, 가난이란 주제를 재미있게 재킷에 담았다. “나는 기차역에 서 있어(다리 위 사람), 옆의 개는 생선을 바라보고 있어(좌측 하단), 빗속에서 배움을 받고 싶어(역사에 기댄 사람), 싱크대에는 생선이 가득해(오른쪽 수레 끄는 할아버지), 그녀의 머릿속은 설거짓거리로 가득해(왼쪽 아래 여성)”

촬영장소:

영국 컴포드역 →

타이틀곡:

Some Might Say →

Mr big 「lean into it」

Mr big은 탄탄한 연주력과 팀워크로 손꼽힌다. 「lean into it」은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른 ‘To be with you’와 ‘Daddy, Brother, Lover, Little’ 등 히트곡이 수록된 가장 성공한 앨범이다. 재킷 속 배경은 파리 몽파르나스역 기차사고(1985)이다. 사고 열차는 그랜빌-파리행 특급열차로, 당시 지연을 만회하려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구내로 들어왔다. 제동장치가 고장 났고 승무원도 서류정리를 하느라 비상제동을 잡지 못했다. 결국 기관차가 대합실을 가로질러 벽을 뚫고 나갔다. 사고수습 동안 파리의 사진가들이 이 모습을 기록했다. 이 사진은 교통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Gary moore 「Back to the Blues」

세상을 떠난 지 14년이 지났지만, 게리무어(Gary Moore)의 뜨거웠던 연주는 아직 식지 않았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게리무어의 열세 번째 스튜디오 음반 ‘Back to the Blues(2001)’은 영국 런던 남부의 한 트램차량기지(Therapia Lane depot)에서 촬영했다. 블루스로 시작해 재즈, 팝.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던 그는 이 앨범을 통해 다시 블루스)로 회귀를 선언했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기차역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앨범 제목 ‘Back to the Blues’과 잘 어울린다.

신촌블루스 3집

‘나에게로 초대’로 잘 알려진 정경화가 객원 보컬로 정식 데뷔한 앨범이 바로 신촌블루스 3집이다. 정경화뿐만 아니라 김현식, 이은미 등이 실력파 보컬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재킷과 속지 사진에는 기찻길이 나오지만, 힌트치고는 너무 야박했다. 공연사진을 촬영하다, 인연이 닿은 그룹리더인 엄인호 씨에게 직접 여쭤봤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하던 시절이라 사진가를 쓸 형편이 못됐어요”, 당시 앨범 제작을 앞두고. 사진이 취미였던 기획사 이사가 직접 촬영을 했다고 한다. “속지 사진은 기획사 인근 신촌역이에요. 재킷은 경의선 역이었는데, 30년이 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촬영장소:

능곡역 →

촬영장소:

신촌역 인근 →

다섯손가락 1집 「새벽기차」

최근 MBN ‘불꽃밴드’를 통해 역주행 중인 다섯손가락의 첫 앨범 ‘새벽기차(1985)’이다. ‘새벽기차’,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 수록되었다. 한국적 주제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45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명반이다. ‘불꽃밴드’ 방송 중에 재킷 촬영 뒷이야기가 소개됐다. 김구라 진행자가 ‘소풍 가듯 찍은 성의 없는 사진’이라고 하자, 보컬 김형순 씨는 “새벽 3시부터 열차를 기다렸지만, 막상 겁이 나서 열차 없이 촬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쉽게도 장소 언급은 없었다. 100대 명반 중 나머지 2장의 앨범, 안치환 4집 「내가만일」은 수색 차량사업소 북쪽 전차대에서, ‘신촌블루스 1집 「그대 없는 거리」는 서강대 앞 경의선 철도 건널목에서 촬영했다.

이렇듯 철도는 교통수단을 넘어 고객에게는 추억의 공간이자, 예술가에게는 감성과 영감을 주는 문화 콘텐츠이다. BTS가 일영역에서 뮤직비디오 촬영하자 단숨에 국제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올해 재개통한 교외선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철도가 대중문화와 결합하여 다양한 비즈니스 성장 모델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