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기자단 1
글·사진. 경북본부 영주역 손기성 역무원(제8기 사보기자)
20여 년 전 근처에서 교직 생활을 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탑리역을 처음 방문했다. 사실 그때의 탑리역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탑리역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탑리역의 외관을 처음 마주한 순간, 왜 이전에 탑리역이 기억에 남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웅장하다는 표현이 한 번에 다가왔다. 마치 하나의 큰 성벽을 보는 듯한 탑리역의 모습은, 역사 앞 소나무와 함께 어울려 고고한 자태를 오롯이 뽐내고 있는 한 폭의 멋스러운 그림 같았다.
탑리역은 1940년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탑리역의 모습은 1997년, 탑리역이 속한 금성면의 삼국시대 부족 국가 옛 성읍을 형상화한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탑리역 내부에는 탑리리의 대표적 유적지인 탑리리 오층석탑, 금성산 등의 사진과 옛 조상들이 쓰던 짚신, 지게 등의 생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차를 타러 나가는 길에는 오래된 항아리와 그 위로 쌓인 돌탑까지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들이 역을 마치 하나의 작은 박물관처럼 만들고 있는 것 같아, 탑리역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는 전혀 심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탑리역 밖을 나와 보니, 역사와는 또 다른 느낌의 풍경이 펼쳐졌다. 역사 앞은 낮은 담벼락을 따라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오랜 사연을 간직한 듯한 여관과 작은 시골집 카페 하나가 나왔다. 비록 내가 그 시절을 살아본 건 아니지만, 정말 1970~80년대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마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시골집 감성 카페에 잠시 들러 커피 한 잔과 마늘빵(우리가 흔히 아는 마늘빵이 아니라 의성 특산품 마늘의 모양을 형상화한 빵)을 먹으며 그곳의 한적한 정취를 천천히 느끼는 여유를 부렸다. 특히 카페 앞에 놓인 대추나무가 가을과 시골 골목길의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려 기분이 좋았다. 눈 앞에 펼쳐진 장면들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힐링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이곳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0여 년 만에 찾게 된 행복한 기억이지만, 이제 언제든 다시 이곳을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탑리역은 올해 12월 중앙선 복선화 전철 사업의 완료와 함께 폐역된다. 기차를 타고 탑리역을 찾아 만날 수 있는 행복은 어쩌면 영원한 추억의 한편으로 묻어야 할 듯하다.
아버지는 탑리역을 기억하실 때, 봄에서 늦여름 넘어갈 때쯤 역사 주변에서 피는 접시꽃이 그렇게 예뻤다고 하셨다. 이제 겨울이 되면, 다시 기차를 타고 이곳을 찾아와 탑리역만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볼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탑리역을 방문했던 사람들에게 이 역에서의 기억이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한편의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탑리역과 그 주변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아름다움을,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새롭게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