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기자단 2
글·사진. 민둥산역 이나경 주임(제8기 사보기자)
운탄고도 1330은 평균 고도 546m, 총 길이 173.2km, 최고 높이 1330m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입니다. 이 길은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하여 삼척 소망의 탑까지 이어지며, 과거 석탄을 실은 차들이 오갔던 옛 탄광길을 따라 정선, 영월, 태백의 숨겨진 보석 같은 명소들을 품고 있습니다. 강원도 푸르른 자연과 과거 대한민국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던 탄광의 흔적이 어우러져, 이 길을 걸을 때면 시간 속을 거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4길은 정선군 태백선 예미역에서 시작됩니다. ‘예미’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 산, 역이 모두 모여 있는 이곳은 한적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예미역과 조동역 사이 구간은 대한민국 철도 중 가장 가파른 구간으로, 과거에는 이 구간에 피난선이 설치되어 위급 상황을 대비한 보조 기관사가 대기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산악자전거(MTB)를 즐기는 라이더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조동철교가 그려진 예미역에서부터 시작해 조금 걷다 사과대추 나무를 털고 있는 부부를 만났습니다. 긴 작대기로 가지를 두드리니, 잘 익은 사과대추들이 떨어져 돗자리 위를 덮었습니다. 그 모습이 정겹고 따뜻해서 바라보고 있었더니, 부부는 한번 맛보라며 달달한 사과대추를 양손 가득 건네주셨습니다.
새비재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한참 동안이나 높은 고개로 이끌었습니다. 새비재는 영월군과 정선군을 잇는 고개로, 산의 형상이 마치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닮아‘새비재’라고 불립니다. 오르는 동안 숨이 가빴지만, 끝에 다다랐을 때는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듭니다. 새비재를 오르다 보면 타임캡슐 공원을 지나게 됩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로, 극중 차태현과 전지현이 3년 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타임캡슐을 소나무 밑에 묻었던 장소입니다.
새비재 스탬프 지점에서 사동골로 넘어가는 길을 걷다 보면 ‘성일탄광 산림복구지역’ 비석을 볼 수 있습니다. 탄광 입구로 추정되는 작은 굴이 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굴 속으로 들어가며 오늘도 안녕하길 바랬을 광부들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길을 따라 우거진 숲길이 검은 탄가루로 뒤덮였던 옛 탄광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푸르렀습니다.
5길은 만항재를 끼고 있는 코스입니다. 만항재는 해발 1330m로 운탄고도의 가장 높은 지점이며, 이곳에서 느끼는 바람은 가을의 신선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맑은 날이면 야생화가 만발한 풍경을 볼 수 있고, 안개가 낀 날에는 마치 신비로운 무릉도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합니다. 가을의 선선한 날씨를 만끽하며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 산악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만항재 정상에서 강원도 감자로 만든 고소한 감자전을 맛보았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감자전은 잊고 있던 그리운 맛이었습니다.
이 길에서 만난 도롱이 연못은 1970년대 석탄을 캐던 갱도가 지반 침하로 생긴 생태연못입니다. ‘도롱’이라는 이름은 광부의 아내들이 이곳에서 도롱뇽이 살아있으면 남편도 무사할 것이라 믿고 기도했던 데서 유래되었습니다. 길의 중간에 자리한 연못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고요하고 신비로웠습니다.
1177갱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개발한 최초의 갱도로, 고한 사북 지역의 탄광 개발이 시작된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1177갱을 시작으로 화절령 일대에 10여 개의 군소 탄광들이 생겨났고, 이곳에서 채굴한 석탄은 트럭으로 함백역까지 운송되었습니다. 석탄을 싣고 나르던 길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걷고 있는 운탄고도의 근간입니다. 동원탄좌와 우리 철도의 또 다른 인연은 태백선 사북역 승강장에도 있습니다. 사북역 승강장에는 과거 탄광촌의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석탄을 실은 전차와 광차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탄을 싣고 달리던 화차들이 즐비해있던 사북역의 옛 모습이 흐릿하게 그려졌습니다.
6길을 걷다 보면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운탄고도를 완주했던 지인이 자작나무 숲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했을만큼 하얀 자작나무들이 울창하게 뻗어 있어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을 줍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자작나무 숲이 처음부터 이 모습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탄광으로 인해 폐허가 되었던 숲을 30여 년간의 복원과정을 통해 지금의 하얀 자작나무 숲으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작나무 숲을 거닐다보면 중간에 ‘석이문’을 지나게 됩니다. ‘이 문을 지나면 숲의 소리만 듣습니다. 문밖의 다른 소리에는 돌처럼 굳게 귀를 닫습니다.’ 박준 시인의 글귀를 읽고 문을 나서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숲의 힘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상장동 벽화마을에 도착하니 탄광촌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된 이곳은 마치 시간 속에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는 집들이 곳곳에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연탄이 쌓여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그려진 벽화 속 광부들의 웃음은 그 시절의 삶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현재 운탄고도 4길부터 6길을 완주하면 운탄고도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사전에 센터에서 이벤트 여권을 발급받고, 필요한 유의사항을 안내받으시길 바랍니다. 4길은 30km 이상의 긴 코스이므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체력에 맞추어 사전에 계획을 세워 걸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고지대를 포함한 산길에서는 통신망이 연결되지 않는 구간도 있으니,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며 트레킹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11월부터 12월 15일까지는 산불조심기간으로 입산 통제 구간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