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문학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야간열차

상실과 희망의
경계열차는 달린다

INTRO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파고드는’ 작가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 끝끝내 빛 한 줄기를 찾아내고,
상실과 방황으로 얽힌 생에서 마침내 의지를 밝혀낸다.
단편집 <여수의 사랑> 중 하나인 <야간열차>에서는 열차를 매개로
고립된 삶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글. 김주희

웅숭깊게, 인간의 심연을 탐구하다

한강 작가가 한국 문학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93년 시인으로, 1994년 소설가로 데뷔한 한강 작가에게는 ‘독특한 문체와 서사 구조로 현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그녀는 문학적 여정을 한층 더 단단하게 구축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은 인간 내면의 깊은 상처와 역사의 무게를 시적 언어로 승화시켰다”고 평가했다.

한강 작가는 개인의 고통과 역사적 트라우마를 함께 엮으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과거 진행된 어느 문학회에서 자신의 소설 쓰기에 대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로 하여금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녀가 줄곧 강조해 온 주제와 가치는 언어 장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저마다 다른 역사적 배경과 생의 환경에 놓인 세계 각국 독자들에게 감화를 일으켰다. 지난 2016년에는 <채식주의자>로 영국 부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강 작가는 특유의 정제된 언어와 서늘한 문체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차츰차츰 희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색채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은 단편집 <여수의 사랑>이다. 총 6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었는데, 모든 작품은 ‘가족으로 인한 상실’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중 하나인 <야간열차>는 자신 몫의 일을 하다 뇌사 상태에 빠진 쌍둥이 동생에 죄의식을 가진 청년 ‘동걸’의 서사로 이뤄진다.

타인의 고통과 연대하는 나지막한 위로

동걸은 술에 취할 때면 청량리에서 밤 열한 시에 출발하는 기차에 대해 떠들썩하게 늘어놓는다. 제천에서 태백선을 타고 산맥을 넘어 어둠을 뚫고 새벽에 이르면 동해역에서부터 바다를 보며 달리는 열차. 열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그의 눈에는 광채가 일었고, 이따금 기차 바퀴 소리 환청에 시달리곤 했다. 꼼짝달싹 못 한 채 집에서 누워지내는 동생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내야 했던 동걸은 가난하고 녹록지 않은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언젠가는 현실을 탈피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늘 ‘떠남’을 갈망하지만 끝내 열차에 몸을 싣지 못한 채.

동걸의 친구인 서술자는 동걸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강했던 동걸을 선망하고, 동걸의 아픔을 마주하고 난 이후에는 동걸의 고통이 자기 자신의 것인 양 느낀다. 동걸이 꿈꾸던 야간열차를 타고 홀로 떠나는 장면을 묘사한 구간에서는 마치 두 인물이 동일시된 것처럼 다가온다. 작품이 마지막에 치달을 즈음, 결국 동걸이 열차에 오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에게 열차란 또 다른 생이자 희망이기 때문일 터.

각박한 세상 속 적절한 연대가 그리워진 시대. <야간열차>는 진정성 있게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시각을 선사한다. 상실과 고독 속에서도 존재의 살아 있음을 일깨우는 인물들이 깊은 여운과 나지막한 위로를 남긴다.

여수의 사랑
한강 저 | 문학과지성사

단 한 번의 탈출로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켜줄
야간열차가 있으므로
그는 어떤 완성된 인생도
선망할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