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자유
INTRO
민둥산역의 자랑 민둥걸즈가 사보를 통해 정식 데뷔를 알렸다.
노래가 아닌 ‘도마 만들기’로 각자의 손재주를 뽐내며 자신들의 매력을 발산한 것.
도마에 각자의 영혼과 개성을 듬뿍 담아 더 흥미로웠던 민둥걸즈의 데뷔 무대, 지금부터 시작된다.
글. 편집실 사진. 정우철 촬영협조. 슬로우드
“도마는 요리할 때도 쓸 수 있고, 음식을 예쁘게 플레이팅할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인 아이템이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누구랑 해보지? 고민하다가 민둥산역 동료들이 떠올라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더니, 다들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민둥산역 고원경 주임의 제안에, 김정화 부역장, 이나경, 최다윤 주임도 잔뜩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왔단다.
각자 일하는 역은 다르지만, 민둥산역과 사북역은 가깝기도 하고 거의 한식구처럼 지내고 있다고. 또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서로 의지하며 친하게 지내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이제 막 입사 3년 차에 접어든 고원경, 최다윤 주임은 이런 분위기 덕분에 타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며 잊지 못할 추억을 전하기도 했다.
“얼마 전 민둥산 억새축제 노래자랑에도 나갔었어요. ‘민둥걸즈’라는 팀명으로 ZAZA의 <버스 안에서>를 불렀는데, 대상을 받았습니다. 부역장님이 노래하고, 저와 원경 언니는 춤을 추고, 나경 언니는 플래카드를 만들어 응원단을 이끌고 왔어요. 상금으로 50만 원을 받았는데 민둥산 식구들과 3차까지 가느라 상금보다 더 큰 비용이 나왔지만 정말 재밌었습니다.”
오늘 이들이 만들 도마의 재료는 시원한 향이 매력적이고 살균효과가 뛰어난 캄포 나무다. 인원수에 맞춰 선생님이 재단해 둔 나무를 하나씩 받아 들고 본격적인 도마 만들기에 돌입한 네 사람. ‘어떤 도마를 만들까?’ 고민하는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김정화 부역장이 가장 먼저 도마의 모양을 정하고 거침없이 스케치를 이어가자, 옆에서 지켜보던 이나경 주임, 최다윤 주임이 부러운 시선을 보내며 한마디를 던졌다. “아, 나는 잘 못할 것 같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며 앓는 소리를 하는 반면, 고원경 주임은 묵묵히 도마의 모양을 정하고 슥슥 그려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자, 각자가 원하는 모양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정화 부역장은 고래, 이나경 주임은 고양이, 최다윤 주임은 나뭇잎, 고원경 주임은 사각형 도마다. 이를 지켜보던 선생님이 “모양이 이렇게 다르게 나오기도 쉽지 않은데, 다들 개성이 뛰어나시네요”라며 한마디 건네자, 네 사람은 “남들이 안 만드는 거 만들어보고 싶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나머지 스케치를 마무리한 뒤, 스크롤쏘라는 기계를 사용해 각자 스케치에 맞는 모양으로 도마를 재단했다.
네 사람은 처음 보는 낯선 기계도 망설임 없이 사용하는 배포를 보여주기도 했다. 가장 먼저 재단하고 샌드 기계로 모양을 다듬고 자리에 앉은 김정화 부역장은 후배들이 기계실에서 도마의 모양을 내는 동안, 후배들의 칭찬을 늘어놨다. “함께 하다 보면, 세대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이 친구들의 성숙한 부분을 많이 보게 돼요. 일도 정말 잘하고, 놀 때도 화끈하게 잘 놀고···. 덕분에 제가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한창 칭찬을 하면서도 후배들이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쑥스러운 듯 도마를 만지작거리는 김정화 부역장의 모습에서 후배 사랑이 전해졌다.
스케치 때는 나뭇잎인지 물고기인지 도통 가늠이 되지 않아 놀림을 받았던 최다윤 주임의 도마도 재단과 다듬기를 마치고 나니 그럴싸한 나뭇잎 형상을 갖췄다. 그걸 지켜보던 이나경 주임이 “오, 예쁘다! 여기에 회 올리고 파인 홈에는 초장 올리면 되겠다”라는 농담을 던졌다. 최다윤 주임이 “제일 나빠!”라며 반응하자 다시 한바탕 웃음꽃이 펼쳐졌다. 이렇듯 모이기만 하면 웃기 바쁜 네 사람의 추억은 도마 만들기로 한층 더 깊어져 갈 전망이다. 살아온 환경도, 살던 곳도 다른 네 사람이 민둥산 언저리에 모여 이렇게 재미난 추억을 쌓으리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도마의 모양을 열심히 다듬으며 “다음에는 또 뭘 해볼까?”라며 의견을 모으는 민둥걸즈의 다음 계획에 어쩐지 함께하고 싶어진다.
INTER
VIEW
김정화 부역장
직선이었던 나무를 곡선으로 다듬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어요. 도마는 플레이팅 할 때 예쁘게 사용할 예정입니다. 원경아. 덕분에 재미있는 추억 만들고 간다~! 고마워!
고원경 주임
일할 때도 늘 편하게 대해주신 덕분에 회사 다닐 맛이 납니다. 우리 앞으로도 더 재미있는 거 하면서 즐거운 추억 만들어요!
이나경 주임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 모양을 만들었는데, 아까워서 못 쓸 것 같아요. 플레이팅을 하더라도 종이 포일 깔아서 아껴 쓰려고요. 그리고 민둥산 식구들~! 다 같이 오래오래 철도 생활 즐겁게 해요!
최다윤 주임
목공예는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친한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하니 긴장도 풀리고 즐겁더라고요. 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도마 모양을 보고 ‘친한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