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기자단 2
글·사진. 경북본부 영주시설사업소 홍동기 시설관리장(제8기 사보기자)
무더위가 시작된 어느 여름날, 영주교육원의 숙소를 예약해 가족과 함께 영주로 여행을 떠났다. 차로 약 1시간 정도 달리니 교육원이 위치한 순흥면에 다다를 수 있었다. 입실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터라 인근에 있는 명사찰인 부석사로 향했다. 아이의 걸음에 맞춰 고즈넉한 숲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무량수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년이란 세월의 무게를 담담하게 짊어진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을 실제로 보게 된 우리는 “장엄하다“라는 말을 비로소 체감한 것 같았다.
사찰에서의 여유를 만끽하고 체크인을 위해 곧장 숙소로 갔다. 영주 교육원은 선비세상이라는 테마파크의 후문과 맞닿아 있어 접근성이 좋았고, 탁 트인 부지에 조경 또한 잘 되어있어 입구부터 쾌적했다. 주차장의 규모도 방문객들을 수용하기 충분해보였다. 그리고 교육동과 숙박동 사이에는 벤치와 너른 잔디마당이 있어 아이와 함께 뛰어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우드톤 객실은 거실 겸 주방과 두 개의 방(온돌 및 침대)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거실의 큰 창으로 보이는 탁 트인 전경이 인상적이었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난 후, 영주에서 근무하는 아빠가 야심차게 준비한 맛집 투어를 위해 시내로 향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바로 영주가 자랑하는 맛집 ‘나드리’였다. 이 집은 경양식 돈까스와 쫄면이 유명한데 특히, 쫄면은 전국구 스타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여섯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잠시 대기를 하고 착석을 했다. 일반적인 쫄면보다 조금 두꺼운 면발이 매콤한 소스와 어우러져 식욕을 더욱 돋우는 듯 했다.
순식간에 식사를 마친 뒤 관사골 벽화마을로 향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골목길의 아기자기한 벽화는 우리 가족에 새로운 인생샷을 안겨주었다. 이윽고 아이가 피곤해 할 때 쯤 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카페 ‘하망주택’에 도착했다. 이층으로 이루어진 주택을 멋지게 개조한 곳으로 할머니 집에 온 듯 포근한 느낌의 카페였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누룽지 커피와 딸기라떼는 여행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맛이었다. 투어를 성공리에 마친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곧바로 잠을 청했다.
둘째 날 아침, 미리 사놓은 샌드위치를 먹고 교육원 인근의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방문했다. 소수서원의 입구로 들어서니 하늘 높이 뻗어 있는 소나무가 가히 장관을 이루어 냈다. 마치 선비의 기개가 소나무를 통해 마음속으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서원 내 강학당과 사료관 등을 둘러본 후 소백산에서 발원한 하천의 돌다리를 넘나들며 선비촌으로 향했다. 조선시대 백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저잣거리와 두암고택 등 전통가옥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곧 퇴실을 한 우리는 점심식사를 위해 풍기읍에 있는 ‘영주칠향계’로 향했다. 풍기에서 근무 할 당시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고, 한국인의 밥상에도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 가족에게 추천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 간이 세지도 싱겁지도 않은 조화로운 맛의 밑반찬과 잘 익은 칠향계를 먹어본 식구들이 극찬을 했다. 우리 가족의 공식적인 미식가가 된 기분이랄까. 돌아가는 길에 풍기의 명물인 ‘정도너츠‘에서 생강도너츠까지 한 박스 구매하며 끝까지 완벽했던 여행을 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