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치는 가을의 끝에 울진으로 떠났다. 이른 아침 부산스레 떠난 여행길에서 마주친 바다 내음은 상쾌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역에 도착한 뒤 서둘러 죽변항으로 향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들른 수산물시장에서 이 집 저 집 구경을 한 후, 전복치라는 생선을 골랐다. 생긴 것은 퍽 못생겼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모처럼 맛있는 회를 먹은 우리 가족은 죽변 해안스카이레일을 타러 갔다. 3인 기준 2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과 더불어 약 40분간 동해의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해안을 따라 달리는 모노레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망양정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는 길에 우연히 ‘산포애서’라는 카페를 들렀는데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 중인, 아이 친화적인 카페였다. 곳곳을 둘러보며 인증샷을 남긴 우리는 책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이윽고 망양정 해수욕장에 도착해 돗자리를 펼쳤다. 이따금 들려오는 갈매기 소리와 어우러진 파도 소리가 잔잔히 퍼졌다. 바쁜 삶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해변에서 한참 동안 ‘쉼’을 만끽하던 우리는 관동 팔경 중 가장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는 망양정에 오르기로 했다. 야트막한 언덕을 지나 마주한 탁 트인 경관은 한 폭의 그림처럼 시원하게 펼쳐졌다.
망양정까지 알차게 둘러본 후 마지막 일정으로 성류굴에 다다랐다. 신선들이 한가로이 놀던 곳이라는 뜻으로 선유굴이라고도 불리었는데, 동굴의 입구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신비로운 기운이 전해지는 듯했다. 아이가 잠이 들어 동굴 내에서 짧은 시간 머물렀으나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과 석주 들이 조명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울진에 가기 전엔 과연 여행을 할 만한 곳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와 함께 관광하기 안성맞춤인 동네로, 이번에는 가보지 못한 왕피천 케이블카나 국립해양과학관 등 놀거리로 가득했다. 가을 단풍이 멋들어진 주왕산도 좋고 영주의 고찰 부석사도 훌륭하지만, 아름다운 윤슬과 함께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경북의 바다로 떠나보는 것도 최고의 선택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