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랑시울길···. 이름 참 이쁘다. 대전 소제동의 도로명이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대전역 동쪽 인근에 소제호(蘇堤湖)라는 호수가 있었다.
중국 소주(蘇州)의 호수에 비할 만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소제동이다. 시울은 언저리, 가장자리라는 뜻으로 솔랑시울은 솔랑산의 가장자리라 하겠다.
1905년 경부선이 개통되고 대전역의 규모가 커지면서 철도 직원들의 거주를 위해 관사촌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6.25 전쟁 때 폭격으로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지만 역전시장 일대에 남관사촌과 정동에 북관사촌이 있었다. 현재 소제동에 남아 있는 30여 채는 동관사촌이다. 남·북·동을 합친 100여 채의 관사는 전국 최대 규모의 철도관사촌으로 당시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최신 주택지였다.
동관사촌은 소제호 위에 조성되었다. 인근의 솔랑산을 깎아낸 흙으로 호수를 메웠다. 지금은 소제호도 솔랑산도 존재하지 않지만 ‘소제동’, ‘솔랑시울길’ 지명과 옛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곳 소제동 철도관사촌에는 제법 많은 이들이 찾는다.
오래전부터 인터넷과 SNS에 알려지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꽤 유명해진 카페와 맛집도 생겨났다. 지금 대부분의 철도관사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해방 전에 지어진 철도관사를 중심으로 근현대식 주택들이 더 들어섰다. 낡고 좁기만 한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최신식 건축물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는 아주 낯선 느낌을 줄 듯하다. 이 거리에 소제호, 솔랑시울과 철도의 추억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더해졌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또 이어진다. 낡은 지붕들 위로 우뚝 솟은 철도 쌍둥이 빌딩이 묘한 느낌으로 대비된다.
이 마을 어귀에서 60년 넘게 영업했다는 ‘대창이용원’은 문을 닫았나 보다. 낡은 골목, 낡은 지붕, 낡은 대문, 모든 것들에 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골목 깊숙이 자리한 허름한 세탁소 사장님은 여전히 대전역으로 직접 가셔서 직원들의 근무복을 수거해 말끔히 손질해 주신다. 50년 넘게 이 자리에서 그렇게 해오셨단다.
대전이 철도의 도시이고, 철도와 관련한 많은 볼거리 먹거리로 재미있는 도시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이곳 철도관사촌이 대전 꿀잼의 시작으로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