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뜻으로
의성과 안동 일대를 돌아본 날,
그 말이 온종일 가슴에 박혀 떠나질 않았다.
만휴정 초입의 무너진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할머니와
고운사를 찾아와 연신 눈물을
훔치시던 아주머니..
글을 몇 번이나 쓰고 지운다 한들
심연(深淵)에 닿은 그들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경북 안동 출신으로 조국의 독립을 열망한
이육사 시인의 마음처럼
피해지역이 다시 평안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상처 입은 모든 이에게 이 시를 바친다.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