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기자단 1
옛날에는 전라도 음식에 비해 경상도 음식이 인기가 없었다.
경상도 사람으로서 그 원인을 생각해 본다면, 전라도 음식은
깊은맛이 있지만 경상도 음식은 맵고 짜기만 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포항 음식은 다르다. 지금이야 포스코가 들어오면서
굉장한 산업 발전을 이룬 도시지만, 그전에는 어업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맛과 깊이, 식감을 살린 해산물이 넘쳐난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포항 토박이로서,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해산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과메기와 물회다.
글·사진. 충북본부 입석리역 김동현(제8기 사보기자)
유튜브에는 전설적인 먹방이 하나 있다. <한국인의 밥상> 포항 편에 나온 일명 물회 아저씨의 물회 먹방은 큰 신드롬을 일으켰다. “식은 밥을 넣어 마시듯이 먹었던 물회는 포항 사나이의 음식이었습니다” 라는 최불암 아저씨의 잔잔한 내레이션을 바탕으로 맛스럽게 물회를 우적우적 씹는 아저씨의 먹방은 보는 순간 ‘배달의 민족’앱을 켜게 한다.
물회에는 두 종류가 있다. 얼음을 갈거나 띄운 차가운 육수를 넣어 먹는 속초식 물회가 있고, 육수 없이 고추장 혹은 양념장만 넣어 사실상 비빔회에 가까운 포항식 물회가 있다. 두 가지 물회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포항에서 가장 유명한 ‘환여횟집’의 물회는 속초식 물회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육수 없는 포항식 물회를 더 좋아한다. 밥을 올려 회덮밥처럼 먹어도 되고, 육수를 달라고 해 물회처럼 먹어도 된다. 다음에 먹을 기회가 있다면, 꼭 포항식 물회에도 도전해 보자.
여름에 물회가 있다면, 겨울에는 단연 과메기이다. 사실 물회는 포항뿐만 아니라 강원도에도 있고 제주도에도 있다. 물론 지역마다 스타일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과메기는 포항밖에 없으므로 대표성이 짙다. 과메기에도 두 종류가 있다. 청어를 쓰는 과메기가 있고, 꽁치를 쓰는 과메기가 있다. 오리지널은 청어 과메기인데, 청어 어획량이 급감해 쉽게 잡히는 꽁치로 대체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또 청어 어획량이 늘어 청어 과메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꽁치보다 더 크고 기름져 확연한 맛 차이가 느껴진다.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긴 하지만, 술을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까운 안주이다. 잘 익은 배추에 미역, 김, 초장에 푹 찍은 과메기를 올리고 그 위에 쪽파, 마늘, 고추까지 올려 소주 한잔을 곁들여 먹으면 입안에 겨울의 동해가 펼쳐진다. 내 입에 들어오기 위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반복한 과메기의 정성이 갸륵하기까지 하다.
이 외에도 밥식혜, 모리국수, 대게, 조개구이 등 소개하고 싶은 먹거리가 한가득하지만, 지면의 한계로 여기까지 밖에 쓸 수 없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향토 음식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양식, 성향 등 여러 가지 스토리들이 얽혀있다. 예를 들어 물회는 뱃사람들의 패스트푸드로 시작한 음식이다. 이런 스토리를 알고 먹으면 음식은 더 맛있게 먹고, 여행은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동해안은 겨울 바다가 더 예쁘다. 여름은 지났으니, 겨울에 방문해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