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때

가을의 초입,

봉화의 자연을
만나러 가는 길

INTRO

봉화의 자연은 가을을 닮았다. 조용한듯하면서도
그 묵묵함이 좋아 오래도록 곁에 머물고 싶어진다.
비록 가을은 찰나의 순간처럼 금세 왔다 가지만,
봉화의 자연은 그렇지 않다.
가을의 초입에서부터 다음 계절을 기다리게 만든다.
마치 우리 또 만나자고,
오래 보자고 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올가을에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책에 나서볼까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봉화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일반적인 수목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보전 가치가 높은 식물자원과 전시원, 세계 최초의 야생 식물종자 영구 저장시설인 시드볼트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기 때문. 계절마다 다양한 식물과 꽃들이 장관을 이뤄 그 모습을 눈에 담고자 많은 사람이 찾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몽글몽글한 꽃이 사랑스러운 나무수국이 보인다. 나무수국은 피고 나면 색이 핑크가 되고, 가을이 되면 갈색으로 변하는 다채로운 매력의 꽃이다. 나무수국을 지나면 본격적인 백두대간수목원을 거니는 여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하루 안에 다 돌아보려면 무리다. 그래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여행객들을 위해 다양한 코스를 마련해 두었다. 크게 도보로 할 수 있는 쉬엄쉬엄 산책 코스, 도보로도 가능하고 트램을 이용할 수도 있는 깊은 숲속 호랑이 코스, 수목원완전정복 코스, 숲길 코스가 있다.

꽃과 식물을 알아가는 재미

이 자연을 그대로 누려보고 싶어서 초입에는 걷는 걸 택했다. 백두대간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지나 모네의 수련이 생각나는 수련정원까지 걸어본다. 작은 연못에 이름 모를 꽃들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더위를 달래준다. 그렇게 쉬다가 걷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무궁화원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분홍색의 무궁화 말고도 다양한 빛깔과 크기의 무궁화를 볼 수 있다.

무궁화원까지 걷다가 지나다니는 호랑이 모양의 카트가 눈에 들어왔다. 알아보니 이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어흥카’라는 전기카트인데, 이 카트를 타면 수목원 해설사의 해설을 곁들인 수목원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만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이기에 어흥카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카트를 타고 다니면서 몰랐던 식물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염주를 만들 때 쓰는 모감주 열매, 해가 지면 꽃잎이 오므라들고 다시 해가 뜨면 핀다는 호랑이 모양의 꽃 범부채, 희귀해서 잘 볼 수 없다는 제비동자까지. 해설사의 설명이 곁들여져 더 와닿는다.

백두산호랑이도 빼놓을 수 없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꽃과 식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호랑이숲에 다다랐다. 이곳은 백두산호랑이 한청, 우리, 한, 도, 태범, 무궁이가 머무르는 곳으로 수목원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다. 매일 망원경과 카메라를 들고 호랑이숲을 찾을 호랑이 덕후도 있을 정도라고. 위엄있는 백두산호랑이의 모습을 보고 나니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어 그 마음이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했다. 운이 좋으면 호랑이가 연못에서 수영하는 모습이나, 재롱을 부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호랑이숲을 지나 야생화 언덕에 오면 그 아쉬움이 절로 잊혀진다. 야생화 언덕은 백두대간수목원의 경관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가장 아름다운 포인트로 사랑받는 곳인데,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난 야생화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가을에는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자생식물을 활용한 꽃축제, ‘봉자페스티벌’이 열린다는데,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축제가 열리는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데 가을의 절정에 꼭 다시 찾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자연은 우리에게 고요함을 가르쳐 준다”는 말이 있다. 반나절 남짓 백두대간수목원에 머무르다 보니 그 말이 와닿는다. 여기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난 꽃과 식물들 역시, 그 모습이 되기까지 그 자리에서 묵묵히, 무수한 계절을 견뎌냈겠지. 그 위대함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조용히, 자연을 헤치지 않으며 곁에 머물렀다가 가는 것뿐인 것 같다.
* 국립백두대간은 주기적으로 다양한 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그 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수목원 풍경을 담고 싶다면 홈페이지를 이용해 전시 일정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ㅣ 경북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 ㅣ https://www.bdna.or.kr

여기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난 꽃과 식물들 역시,
그 모습이 되기까지
그 자리에서 묵묵히, 무수한 계절을 견뎌냈겠지.

봉화의 기차역을 찾아서!

분천역은 봉화군 소천면에 위치한 역이다. 규모가 작아서 열차가 운행되지 않는다고 오해하곤 하는데, 동해역, 부전역, 동대구역, 영주역 등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백두대간협곡열차도 운행 중이다. 백두대간협곡열차를 운행하고나서부터는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산타마을이 조성되어 있어 겨울에 특히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해마다 겨울이면 산타마을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낭만적인 분천역 ㅣ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길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