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문화관

철도 노동자의 삶과 애환을 그린
부커상 최종 후보작

철도원 삼대

INTRO

올해 한국 문학계에 또 한 번의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 문학의 거장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가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국제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 격랑의 한반도 역사 속 철도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철도원 삼대>에 대해 알아보자.

글. 김지연

역사를 관통하는 철도원 가족의 이야기

<철도원 삼대>는 <객지>,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등을 집필한 황석영 작가가 202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구상부터 집필까지 무려 30년이 걸린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요동쳤던 근현대사 100년을 배경으로, 철도원으로 근무한 가족 삼대의 이야기를 그렸다.
해고 노동자가 공장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장면으로 강렬하게 문을 여는 <철도원 삼대>는 현재와 과거 시점을 오가며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산업 노동자들을 소환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철도에 매료돼 철도원이 된 이백만은 두 아들에게 기차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한쇠(일철), 두쇠(이철))을 지어주고, 두 아들과 손자 지산 역시 철도 종사자가 된다.
철도원 가족 삼대와 해고 노동자인 증손의 방대한 서사는 우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립운동과 노동운동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여기에 이백만의 아내 주안댁, 누이 이막음 등 여성 인물들의 신묘한 활약에서는 마르케스 <백 년의 고독>, 아옌데 <영혼의 집>을 연상케 하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매력이 돋보인다.
황석영 작가는 1989년 방북 당시 대를 이어 철도에 종사했다는 한 노인과의 만남에서 영감을 얻어 <철도원 삼대>를 처음 구상했다고 밝혔다. 노동자와 일터를 잇고, 근대와 현대를 잇는 철도의 서사를 한 가족의 서사에 녹여내어 근현대 노동자들의 투쟁과 삶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세계적 권위의 부커상 최종 후보

이렇듯 철도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담아낸 <철도원 삼대>가 2024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황석영 작가는 2019년 <해질 무렵>으로 1차 후보에 오른 데 이어 두 번째로 부커상 후보가 됐다. 특히 올해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 6편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 작품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철도원 삼대>를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한 이유로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에 대한 한 국가의 염원을 담아낸 이야기이자, 현대 산업 노동자들의 삶을 반영한 소설”이라고 밝혔다.
1969년 제정된 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다. 초기에는 영어로 쓰인 작품만이 후보 대상이었으나 2005년부터 비영어권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내셔널 부문이 신설됐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상과 상금을 동등하게 수여하는 것이 특징으로, 한국에서는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했다. 2022년과 지난해에는 정보라 <저주토끼>와 천명관 <고래>가 같은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최근 국제 무대에서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K-문학도 인기를 얻고 있다. 부커상을 비롯해 프랑스 메디치상(한강), 안데르센상(이수지) 등 위상 있는 국제 문학상 수상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런 가운데 오는 5월 21일 열리는 부커상 시상식에서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가 수상의 영예를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다. 역대 수상작으로 살만 루슈디 <한밤의 아이들>, 토머스 케닐리 <쉰들러의 방주>, 얀 마텔 <파이 이야기> 등이 있으며, 2005년 비영어권 작가를 대상으로 한 인터내셔널 부문이 신설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5월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이 맨부커 국제상을 받았다.

철도원 삼대
황석영 저 | 창비 | 2020

“-”
그것은 아마도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