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백일장
글. 오봉역 기라성 역무팀장
시작이다!
“마음이 이상합니다. 설레고 기대가 되지만 긴장되고 걱정이 됩니다. 우리가 시작이라 그런가 봅니다.”
출발선에 서 있는 마음. 딱 그 마음이었던 듯싶다. 우리는 서해안 철도의 중심에서 개통을 목전에 두고 그 개막 커튼 뒤에 함께 서 있었다.
1905년 평택시 동남부 평택역 개통 119년 만인 2024년에 철도 불모지였던 평택시 서부지역에 안중역이 개통되었다. 안중역은 우리나라 서해안 시대를 주도하게 될 평택시를 동서로 잇고 이에 더 나아가 한국철도 경부선과 서해선, 장항선, 포승평택선을 잇는 주요 거점역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평택 국제 무역항과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 물자를 수송할 산업철도로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설레는 한편엔 철모를 쓴 것처럼 머리가 무겁게 조여온다. 내가 해야 할 것들과 우리가 해내야 할 것들이 멀찌감치서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처음 발령받아 개통을 앞두고 운전취급 조작반을 보고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여태껏 적응해 온 경부선 조작반과 상이함에 나도 모르게 주위에 난처함을 표했다. 역 방위가 이상해서일까. 왼쪽이 상행, 오른쪽이 하행이었다. 아래쪽 선로가 상선, 위쪽 선로가 하선이었다.
평택 순환선 열차 취급은 얼마나 헷갈렸는지 모른다. 홍성에서 올라와 평택으로 갈 열차는 우리에게 아래서 올라온 열차라 상행 같지만, 홀수 번호를 부여받아 온 하행열차이다. 반대로 평택에서 와 홍성으로 내려갈 열차는 내려갈 열차이니 하행열차 같지만, 짝수 번호를 부여받아 온 상행열차이다.
직원들을 불러 모아 구내 배선도에 그림을 그리고 서로 토론하며 몇 번이고 취급해 보며 준비했다.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신설 서해선 운전취급에 모든 직원과 걱정하는 마음으로 함께 반복하며 조작반이 익숙해질 때까지 공부했다.
고객의 동선을 매일 살피고 모두가 빗자루를 직접 들고 청소했다. 사무실이 꾸며질 때마다 서랍장 하나, 파티션 하나, 의자 하나 배송이 올 때마다 다들 작은 것 하나에 행복해했다. 그 표정 하나하나 눈에 선한 기억으로 남는다. 새로운 주변 조직들, 새로운 설비들, 새롭게 맞이할 고객들과 함께 하루하루 개통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개통 전일부터 이어진 개통일 개통 전까지는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날이었다. 개통 전일 낮부터 시작된 선로와 신호 점검은 특별한 문제 없이 확인해 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11월 2일 개통 당일 새벽까지 이어진 향남신호사업소와의 선로 점검 중 기온이 급강하하며 갑자기 향남역 선로전환기 한 곳이 장애가 나기 시작했고, 좀처럼 복구가 되질 않았다. 마음을 조아리며 제발 빨리 복구되기를 뜬눈으로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 새벽 3시가 넘어갈 무렵 간절함 끝에 드디어 복구되었다.
“소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열차 못 가는 줄 알았어요.”
“안중역도 애쓰셨습니다!”
큰 안도감에 피곤도 잊었다. 당일 현장에서 밤새워 잠도 못 주무시고 고생하신 소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개통을 맞아 바로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 고객 동선과 승강장, 설비들을 점검했다. 그런데 아뿔싸 잘 작동하던 평택선 엘리베이터에 갑자기 E-99라는 에러가 뜨며 작동이 멈춰버렸다. 유지보수 업체에 급하게 전화했다.
“우리 2시간 뒤 첫 열차 개통입니다! 급합니다. 제발 빨리 와주세요!”
간절한 호출에 부리나케 유지보수 업체에서 한걸음에 출동해 주셨고, 그 덕분에 바로 정상 작동이 되었다. 개통 1시간 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개통이 임박한 시간이 되었다. 첫 고객을 선정해야 한다. 그때 한 아버지와 손잡고 온 남매 아이들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열차 타러 오셨나요?”
“우리 지역에 안중역이 개통되었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첫 열차를 태워주고 싶어 함께 나왔습니다.”
“우리역 첫 열차 고객님으로 고객님 아이들을 선정하고 싶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날씨는 갑자기 쌀쌀해졌지만, 마음이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더할 나위 없이 웃고 행복해하던 아이들을 보며 직원들과 함께 첫 고객 선정에 서로 대단히 만족해했다.
여객열차 개통에 이어 11월 12일 우리는 첫 화물열차 수송을 앞두고 있었다. 대부분이 신입사원인 우리 직원들과 수차례 구내 배선도를 보며 입환작업을 계획하고 더 안전한 방법으로 수정하고 토론하기를 반복했다. 수송원들을 데리고 우리역과 사정이 비슷한 신례원역으로 출장을 가서 직접 실습해보며 교육을 받았다. 직원들은 누구보다 열정이 남다르다고 자부한다. 모두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엿보였다. 그 모습들이 정말 멋지고 감사했다. 첫 화물열차 입환작업을 나가기 전 우리는 손을 모아 외쳤다.
“안전의 중심! 안중역! 무재해로 나가자! 좋아! 좋아! 좋아!”
‘우리가 시작이다!’라는 마음이 들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고 개통 이후 가장 큰 감격이었다.
출발선에 서 있는 마음. 그때의 내딛고 달렸던 자신감과 용기들이 때때로 뿌듯해져 온다. 처음 가진 그 시작하는 마음을 소중하게 기억할 것이다.
안중역 나의 동료들, 개통을 위해 늘 아낌없이 쉴 틈 없이 그리고 빈틈없이 지원해준 든든한 스텝 동료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언제나 처음 마음으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