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자유
INTRO
가죽의 멋은 시간과 비례한다.
서서히 손때가 묻고 체온이 스미면서
특유의 매력과 결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서울본부 동료 세 사람이 가죽을
매만지며 나만의 굿즈를 만들었다.
따뜻하고 정겨운 배움 현장을 함께했다.
글. 김주희 사진. 안지섭 장소 협조. 연가죽공방
“대곡역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많이 가까워졌어요. 6개월 정도 셋이 웃으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맺은 소중한 인연인 만큼 특별한 체험을 함께하자고 제안했죠. 두 사람이 흔쾌히 승낙할 줄 알았어요. 제가 저녁 식사를 사기로 했거든요(웃음).“
이재원 주임의 제안에 김현섭 주임, 이효원 주임이 일일 가죽공예가로 나섰다. 이효원 주임은 마침 가죽공예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활짝 미소 지었다.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해요. 평소 도자기와 그림 등을 원데이 클래스로 배우곤 했거든요. 좋은 기회를 준 이재원 주임에게 고맙습니다. 참, 오는 길에 이미 치킨 맛집을 둘러보고 왔어요(웃음). 클래스는 물론 저녁 식사도 기대됩니다.”
장난기 가득한 대화 속에서도 세 사람의 사이가 너끈히 감지된다. 김현섭 주임과 이효원 주임이 능곡역으로 일터를 옮기면서 현재는 셋이 같은 곳에서 일하지 않지만, 인연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볼링, 배드민턴, 드라이브를 함께하며 친분을 돈독히 다져온 이들. 오늘은 차분하게 카드 지갑을 만들며 가죽공예를 즐길 참이다.
첫 과정부터 꽤 섬세한 작업이다. 비벨러라는 도구를 사용해 가죽의 재단면을 다듬어야 한다. 특히 모서리는 가죽이 마모되기 쉬운 부위로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기술이 필요하다. 김현섭 주임을 지켜보던 강사가 칭찬을 건넨다. “초보자가 하기에 쉽지 않은 작업인데 마치 자로 잰 듯이 하시네요. 실력이 아주 좋으신데요?” 이 순간을 놓칠 리 없는 이재원 주임. “혹시 매고 다니는 가방도 손수 만든 거 아니야?”라는 장난스러운 추궁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김현섭 주임은 가죽과 같은 초록색으로 고급스러움을 살리기로, 이효원 주임은 브라운 가죽에 귀여운 포인트가 되어줄 크림색 실을 골랐다. 이재원 주임은 “제 안에 내재된 과감함을 발휘해 보고자 합니다!”라며 그린 가죽에 핑크와 옐로 실을 매칭했다.
“가죽공예는 두 개의 바늘을 한 쌍처럼 사용합니다. 하나의 바늘을 먼저 통과시킨 후, 마치 친구를 따라가듯 다른 바늘도 같은 곳을 통과하며 스티치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본격적으로 바느질을 시작하는 이들. 품새가 제법 진지하다. 이효원 주임은 신속·정확하게 바느질을 해나가고, 이재원 주임은 평소 근무복 바지를 깁던 실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김현섭 주임은 차분히 작업을 이어간다.
“바느질에 몰입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복잡한 머릿속도 말끔히 비워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시간이 오랜만이라서 더 새롭게 다가옵니다.”
저마다의 속도와 힘으로 바느질을 이어 나가자 선명하고 딘정한 스티치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로 맞댄 가죽 원단과 원단이 벌어지지 않도록 가장자리에 엣지코트를 발라준 뒤 사포질로 한 번 더 매끈하게 다듬는다. 표면 전체에 광택감이 돌도록 마감재까지 바르자 나만의 작품이 완성되었다.
손길과 온기가 담겨서일까. 작품을 매만지는 세 사람의 얼굴은 뿌듯한 표정이다.
“요리나 게임, 운동 등 취미활동을 대부분 혼자서 해왔거든요. 동료들과 색다른 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셋이 함께 일했던 순간들도 떠오르고요. 앞으로도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김현섭 주임에 화답하듯 이재원 주임도 “두 사람이 즐겁게 참여해 줘서 저 또한 기쁩니다. 돌아보면, 셋이었기에 고민도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효원 주임도 동료들이 있기에 직장생활을 든든하게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현섭 주임은 책임감이 정말 강해요. 자신이 맡은 일은 야근까지 해가며 열심히 하거든요. 휴가를 떠난 일주일 동안 제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듬직한 동료입니다. 이재원 주임은 민원 응대를 매우 능숙하게 해냅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 늘 노력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가죽은 매력이 더욱 깊어진다. 표면에 남겨진 상처까지도 멋스러운 결이 되곤 한다. 동료 또한 그렇지 않은가. 시간이 지날수록 인연의 깊이가 더해지고 그 사이사이 함께한 일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터다. 기념사진까지 촬영한 후 저녁 메뉴를 두고도 유쾌한 티키타카를 이어가는 세 사람. 이들의 ‘찐’ 우정 또한 가죽공예품처럼 그 가치가 더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