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때

여름날의, 묵호
여름날엔, 묵호

INTRO

이곳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풍경이라고는 푸른 바다가 전부였다.
묵어가고 나서야 그것이 다가 아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용한 바닷가, 어민들의 삶이 깃든 동네 풍경, 소박한 기차역까지.
주변을 살필수록 소박한 장면들이 어우러져 매력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여름날 마주한 동해 묵호. 돌이켜보니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확신이 든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그림같은 어달해수욕장

묵호역에서 차로 6분 남짓 걸리는 어달해수욕장은 작은 해변이다. 동해에서 이름난 망상해수욕장에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 하지만 작다고 매력이 덜한 건 아니다.
모래가 곱고, 물 온도도 적당해 산책하기에도 좋다. 해변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묵호항수산시장이 나오고, 근처에 즐비한 횟집에서 취향대로 싱싱한 횟감을 맛볼 수도 있다. 바쁘지 않게 자신의 여행 스타일대로 즐기다 가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도 조금은 특별한 어달해수욕장을 느껴보고 싶다면, 아침에 찾아보자. 어달해수욕장의 일출은 동해안 바다 중에서도 이름이 나 있는데, 연말연시가 아니더라도 어달해수욕장의 일출을 찍기 위해 많은 사진가가 모여든다.
일출을 담기 위해 시간을 맞춰 어달해수욕장을 찾는다면, 일단 걸어보자. 여름이라 그런지 아침 바닷바람도 차지 않고 온도가 딱 좋다. 한낮과 저녁에는 느낄 수 없는 온도다. 그렇게 주변을 산책하고 잠시 쉬다 보면 해가 점점 떠오르는데 붉은빛과 보랏빛이 묘하게 어우러진 풍경이 환상적이다. 저 멀리 등대와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어달해수욕장의 아침 풍경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어 준다. 사진가들은 이 모습을 놓칠세라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해가 떠올라 등대 위에 자리할 때쯤 사진가들의 활동은 끝이 나지만, 어민들의 하루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조용한 동네에 활기를

어달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째비골 해랑전망대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있다. 둘 다 ‘도깨비’의 강원도 방언인 ‘도째비’라는 이름이 앞에 붙었는데,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전망대의 봉오리 진 슈퍼트리가 도깨비방망이를 통해 만개했다는 스토리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해랑전망대는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바다 위 파도를 발아래서 느낄 수 있도록 유리바닥과 메시바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로 가보자.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이 동네에서 유명한 또 다른 관광지인 논골담길을 통해 오는 것을 추천한다. 아기자기한 마을의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오르면서 마을 곳곳에 있는 카페에서 목을 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쉬엄쉬엄 논골담길을 지나 묵호등대까지 다다르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매표소가 나온다. 매표하고 들어서면 스카이워크, 스카이사이클, 자이언트 슬라이드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체험하는 것도 좋겠지만, 조용한 여행을 원한다면 그냥 눈에 담고 사진만 찍어도 매력이 충분한 곳이다. 끝을 모르고 펼쳐지는 푸른 바다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쉬움이 없을 테니.
묵호라는 작은 동네에 머물다 보면 여름이 유독 좋아진다. 어느 곳으로 시선을 향해도 펼쳐지는 푸른빛 동해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덕분일까. 이 모든 것에 여행의 설렘이 더해져서겠지. 올여름, 여러 가지 이유로 혹은 더위로 지쳐있다면 주저 말고 묵호로 가자. 소박한 풍경에 더 시선이 가고, 푸른 바다에 마음이 절로 편안해질 것이다. 여름날의 묵호가 내게 그러했듯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ㅣ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2-109

묵호의 기차 흔적을 찾아서! 묵호항역

묵호항역은 승객이 오고 가는 곳이 아닌 선로만 9개 있는 화물역이다. 하지만 원래 이곳이 묵호역이었다면 믿어지겠는가. 약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영동선이 강릉역까지 연장될 때, 지나치게 바다와 가까워 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과 묵호항역 역세권이 발달했다는 이유로 묵호역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고, 원래의 묵호역이었던 이곳의 이름을 묵호항역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역 앞에는 조용한 마을이 자리할 뿐 그 어떤 시설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일반인의 출입이 금해져 있어 눈으로 담고 와야 한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면 역을 감싸는 담벼락의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좋겠다.

지나치게 바다와 가까워 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과 묵호항역 역세권이 발달했다는 이유로 묵호역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고, 원래의 묵호역이었던 이곳의 이름을 묵호항역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묵호항역 ㅣ 강원 동해시 향로봉길 91

카페 대합실

조그마한 묵호역에는 시간을 보낼 카페가 존재하지 않는다. 카페 대합실은 묵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잠깐의 쉼터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역 바로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 대합실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인테리어가 정겹다.
무인카페로 운영 중인데 음료의 맛을 기대하고 가기보다는 재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TV에는 옛 광고가 흘러나오고, 역 시간표도 옛날 느낌처럼 꾸며두었다. 또한 좌석도 옛 대합실 느낌이 물씬 난다. 레트로가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 여행길에서도 레트로한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묵호역 대합실을 기억하자.

카페 대합실 ㅣ 강원 동해시 해안로 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