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쉬듯 기차도
쉬어가던 추풍령역

글·사진 코레일 인재개발원 주임교수 임인순

옛 추풍령역

구름도 바람도 쉬어간다는 추풍령!

조선시대 영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소백산맥을 넘어야 했다.
그 중요한 고갯길 중 하나가 추풍령(秋風嶺)이다. 문경의 조령(鳥嶺), 단양의 죽령(竹嶺)과 함께 3대 고갯길(嶺)로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을 잇는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는 추풍령을 절대 넘지 않았다는…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떨어질까 봐! 그래서 인근 괘방령에 ‘장원급제길’이 있다.
1905년 소백산맥을 지나는 경부선이 개통된다. 조령, 죽령에 비해 해발고도가 낮아 추풍령을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해 1월 1일부터 추풍령역이 시작된다.
경부선에서는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역이다. 무거운 짐을 잔득 진 화물열차가 정말 힘들게 올라가기도 한다.

옥상에 고즈넉한 카페라도 있을 듯한 분위기의 아담한 추풍령역사(驛舍)는 고속열차 개통을 앞두고 2003년 KTX 기관차를 형상화해 신축되었다.
1941년 세워진 역사가 사라진 건 아쉽지만 그래도 단순한 모양이 아닌 의미를 부여해 만들어져 다행이다.

현 인구는 2,000여 명에 불과하지만, 당시 역이 들어서면서 추풍령은 더욱 번성하였고, 주막거리와 숙박업이 성업을 이루며 1960년대에는 8,000여 명의 작지 않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한적한 시골치고 식당이 상당히 많은 이유다. 추풍령 돼지생갈비가 유명하고 역전의 백반집, 옛 휴게소 감자탕이 맛있다.

1970년 고속도로가 지나면서 마을의 쇠퇴와 함께 추풍령역도 이후 간이역으로 격하되게 된다. 현재 무궁화호 15회(상8, 하7)에 하루 이용객은 70여 명.

추풍령역에는 현존하는 유일한 사각형 모형의 급수탑이 ‘근대문화유산 47호’로 지정되어 있다. 추풍령을 넘기 위해 온 힘을 쓰고 올라와 기력을 소진한 증기기관차가 단비와 같은 물을 보충받으며 쉬어 갔으리라. 이제 이곳에서는 옛 북적이던 모습과 호황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때를 기억하며 아쉬워하는 ‘추풍령 노래비’만은 고개를 우뚝 지키고 있다.

지금 대부분 기차는 추풍령을 쉼 없이 달려 지나지만, 구름과 바람은 여전히 쉬어 가는 듯하다.

현 추풍령역

추풍령역 급수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