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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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기자단 3

어떤 낭만을 쫒고 계십니까

무엇을 위해 일하고 계십니까. 어떤 씁쓸하고도 달콤한 낭만을 쫓고 계십니까.

저는 강원본부 동해전기사업소에서 장비운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운전하는 전기·통신 분야의 장비는 대부분 차상점검 업무에 활용됩니다. 차상점검은 하루의 모든 열차 운행이 끝난 뒤에 시작됩니다. 차단 승인을 받은 후 열차 상부에 올라 전차선을 점검하고 시설물을 정비하는 작업으로, 일반 승객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철도의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할 때, 우리의 하루는 다시 시작됩니다. 어둠이 선로 위로 내려앉고 역사의 불빛마저 하나둘 줄어들 무렵, 장비열차는 조용히 움직일 준비를 합니다.

제가 담당하는 영동선은 바다와 매우 가깝습니다. 그래서 빌딩 숲 사이를 달리는 도시의 철도와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해가 저물고 가로등에 불이 하나둘 켜지고 낮 동안 뜨거웠던 바닷바람이 서늘하게 식어갈 때, 푸른 바다와 나란히 선로를 따라 달리는 장비열차 안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오곤 합니다.

특히 차상점검을 위해 장비열차를 운전하다 보면 낮에는 보이지 않던 세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잠든 시간이라 철도는 오히려 더 넓고 조용해집니다. 전조등 불빛이 선로를 비추고, 작업등이 전차선을 훑어 지나가는 동안 바다는 묵묵히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어선의 집어등은 마치 바다 위 별빛처럼 흔들리고, 파도는 밤이라는 이유만으로 조금 더 깊고 조용한 소리를 냅니다.

어쩌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도 그때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잠시 느려진 것 같은 시간. 사람들의 하루가 끝난 자리에서 우리들의 일이 시작되는 시간 말입니다.

저는 때때로, 아니 어쩌면 자주 달리는 장비열차 위에서 다른 누군가의 낭만을 훔쳐봅니다.

새벽 1시, 건널목을 지나고 있을 때면 손을 꼭 잡은 채 장비열차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연인의 순수한 모습을 훔칩니다. 해수욕장 인근을 지날 때면 저 멀리 터지는 불꽃놀이 아래서 웃고 있는 누군가의 행복을 보기도 합니다. 때로는 방파제에 홀로 앉아 맥주 한 캔에 기대어 고개를 숙인 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의 씁쓸한 낭만을 훔치기도 합니다.

또 어떤 날에는 마지막 버스를 놓쳤는지 정류장에 홀로 앉아 자고있는 사람도 보입니다.

누구는 사랑에 들떠 있고, 누구는 내일을 걱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장비열차는 그 곁을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장면들은 오래 기억에 남곤 합니다.

그 순간마다 생각합니다.

이 중 무엇이 진정한 낭만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일까요.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일까요. 아니면 혼자만의 슬픔을 곱씹는 시간일까요.

하지만 낭만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정의할 수도 없습니다. 일이 아닌 휴식에서만 낭만을 찾을 수 있다는 법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여행을 떠날 때 낭만을 느끼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낭만을 느낍니다. 또 누군가는 아무도 없는 새벽 바다를 바라보며 낭만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저에게 낭만은 오히려 그 모든 순간 사이에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휴식 속에서 찾고, 누군가는 사랑 속에서 찾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일 속에서 발견합니다. 저 역시 새벽 바다를 따라 달리는 장비열차 위에서, 누구보다 조용한 시간에 철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작은 자부심 속에서 낭만을 발견하곤 합니다.

누군가는 밤에 잠든 사이, 누군가는 밤을 달립니다. 첫차가 아무 문제 없이 승객들을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수 있도록.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선로 위를 달리며 전차선을 확인하고 시설물을 살피는 일. 어쩌면 그것 또한 철도인만이 가질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는 크고 작은 정거장들이 있습니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들 말입니다.

어쩌면 낭만이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일과 휴식, 책임과 여유, 바쁨과 고요함 그 중간 어디쯤에서 잠시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 그것이 삶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장 따뜻한 쉼표이자 정거장이 아닐까요.

때로는 너무 달리지만 말고 나만의 낭만을 찾아보는것도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무엇을 위해 일하십니까,

또 어떤 낭만을 으십니까.